독일 여러 도시에서 즐기는 맥주 투어
독일은 맥주 강국이지만 종류가 많지는 않습니다. '필스너(Pilsner)', '바이젠(Weizen)', '둔켈(Dunkel)' 등의 맥주가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맥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의 몇몇 도시들은 도시 특산 맥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맥주들은 거의 해당 도시에서만 마실 수 있기 때문에 독일로 여행을 간다면 맥주 투어를 하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지역 맥주를 소개하겠습니다.
쾰쉬(Kölsch)
'쾰쉬(Kölsch)'는 독일 북서부의 도시 '쾰른'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독일 전반적으로 필스너 같은 라거 맥주가 강세이지만 쾰쉬 맥주는 에일임에도 사랑받습니다. 퀄른 지역에는 라거 맥주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19세기 통일 독일에서는 독일 맥주 순수령에 기반한 라거 맥주가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따라서 독일의 많은 양조장들이 라거 스타일을 따라갔습니다. 쾰른 지역도 역사적으로 에일 맥주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에일 스타일 맥주임에도 라거의 특성을 보이는 쾰쉬 맥주가 탄생했습니다.
통상 에일은 무겁고 향이 강한 맥주입니다만 쾰쉬는 일반적인 에일 맥주와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알코올 도수는 높지 않습니다. 4.7% ~ 5.0% 수준입니다. 에일 효모를 사용하기 때문에 과일의 단맛이 느껴지고 홉의 씁쓸함도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라거처럼 맑고 청량한 맛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이는 빙점에 가까운 온도에서 장기간 숙성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쾰쉬는 라거 느낌이 강한 에일 맥주입니다. 이러한 장점을 살리기 위해 쾰쉬 맥주는 전용잔이 약 200ml 수준으로 용량이 작습니다. 그렇기에 가볍고 산뜻하게 마시기에 정말 좋습니다. 보통 '크란츠'라는 전용 쟁반에 꽂아 서빙합니다. 참고로 독일 지역 맥주이지만 국내에서도 구할 수 있습니다. 쾰쉬 맥주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가펠 쾰쉬'을 국내 대형마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알트(Alt)
'알트(Alt)'는 독일 북서부 도시 '뒤셀도르프' 지역 일대에서 유명한 에일 맥주입니다. 독일어 '알트'는 영어로 'OLD'입니다. 짧은 기간 숙성하는 에일 맥주와 달리 장기간 숙성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 점은 쾰쉬 맥주와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특성은 크게 다릅니다. 알트는 어두운 갈색을 띱니다. 맛도 묵직한 맥아 맛이 강하며 은은한 단맛도 느껴집니다. 원래 알트 스타일 맥주는 뒤셀도르프 지역에서 아주 오랫동안 만들어지던 맥주였습니다. 19세기 독일 통일 후 독일 맥주 순수령에 기반한 라거 맥주가 독일 전체를 장악하며 영향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오늘날에는 과거의 지역 전통 맥주를 부활시킨다는 취지로 몇몇 양조장들이 알트 맥주를 양조하고 있습니다. 전통 맥주임을 강조하기 위해 철제가 아닌 나무로 만든 맥주 통을 사용합니다.
쾰쉬와 알트는 둘 다 독일 북서부 지역의 전통 맥주입니다. 그렇지만 재미있게도 서로 라이벌 관계입니다. 이는 쾰튼과 뒤셀도르프가 역사적으로 그리고 스포츠적으로 라이벌이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비방하는 광고를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쾰쉬를 마신 말의 오줌이 알트다'라는 다소 공격적인 카피의 광고가 있습니다.
켈러비어(Kellerbier)
'켈러비어(Kellerbier)'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의 '프랑켄' 지역 원산의 맥주입니다. '츠비켈(Zwickkel)'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서 '켈러(keller)'는 우리나라 말로 '지하실'입니다. 마치 현대 기술이 도입되기 전 오래된 양조장의 지하 숙성 창고에서 만든 듯한 맥주라는 뜻입니디. 알코올 도수는 5% ~ 5.5% 정도며 효모의 맛이 강한 라거 맥주입니다.
이 맥주의 대표적인 특징은 살균 및 여과 과정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현대 맥주들은 발효가 끝난 후 효모를 제거합니다. 그 후 밀폐된 스테인리스 저장조에 옮겨 2개월에서 3개월 정도 숙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탄산이 맥주에 포화되며 탄산을 추가로 주입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켈러비어는 스테인리스 저장조가 아닌 전통적인 나무로 만든 오크통 저장조를 사용합니다. 또한 효모를 제거하지 않고 추가 발효를 진행시켜 효모맛을 강하게 합니다. 여기에 더해 통을 완전히 밀폐시키지 않고 탄산을 조금씩 빠져 나오도록 만듭니다. 그 결과 탄산감이 약하고 살균이 덜 되어 효모의 맛이 강하게 나는 맥주가 탄생합니다.
분명 독특한 맥주이지만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보존 기간입니다. 살균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존 기간이 짧아서 독일 프랑켄 지역 외에는 켈러비어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