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안나게 맥주 좀 따라봐!
안녕하세요. 맥주 거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품 안 나게 맥주를 따르기 위해 잔을 기울여서 술을 따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맥주캔을 뜯다가 거품이 넘쳐 나와 입을 대고 호로록 마셔본 경험도 많으실 겁니다. 이번 글에서는 맥주 거품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맥주 거품이란?
맥주 거품은 탄산이 빠져나가면서 생깁니다. 맥주는 발효되면서 생긴 탄산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맥주를 맥주잔에 따를 때, 맥주가 잔이 부딪치면서 녹아 있던 탄산가스가 맥주 표면으로 배출됩니다. 이 과정에서 거품이 생겨납니다. 캔맥주를 흔들고 뚜껑을 따면 거품이 넘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이는 맥주뿐만 아니라 다른 탄산음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맥주 거품은 맥주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탄산의 유출을 막아 맥주의 톡 쏘는 맛을 유지시켜 줍니다. 또한 맥주가 공기와 직접 접촉하는 것을 막아 산화를 방지합니다. 그리고 맥주를 부드럽게 마실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처럼 맥주 거품은 맥주 맛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맥주 잘 따르는 방법
보통 2단계로 나누어서 따르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처음에는 잔을 적당히 기울여서 따릅니다. 60% 이상 따른 후 잔을 세워서 받으면 좋습니다. 낙차가 커질수록 맥주 거품의 양도 많아지니 적당한 낙차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맥주마다 특별한 따르는 방법이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헤페 바이젠(Hefe Weizen)' 맥주는 맥주를 80% 정도 따르고 남은 맥주를 잘 흔들어서 다시 따릅니다. 침전된 효모를 부드러운 거품과 함께 따르기 위해서입니다. 유명한 스타우트 맥주 '기네스'의 경우 맥주캔 안에 질소 공이 들어있어 생맥주처럼 풍성한 거품을 만들어줍니다. 또한 케그에 보관되어 있던 맥주를 따를 때 잔을 돌리기도 하는데 이 기술을 '스월링'이라고 합니다.
맥주잔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각 맥주 스타일마다 어울리는 잔이 있습니다. 특히 맥주 브랜드별 전용 잔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브랜드 전용 잔에 마시면 양조사가 의도한 맥주 맛을 100%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마트나 편의점에서 전용 잔과 맥주를 묶어서 판매하기도 합니다. 인터넷으로 전용 맥주잔만 구매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전용 잔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리도 중요합니다. 잔에 기름이나 때가 껴있으면 표면에 기포가 생겨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또한 탄산이 기름때에 흡착되어 거품도 제대로 나지 않습니다. 또한 잔에 맥주를 따를 때는 전에 마신 맥주를 다 마시고 따라야 합니다. 잔에 남은 맥주는 탄산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라 거품 만드는 것을 방해합니다.
이상적인 맥주와 거품의 비율은 7:3입니다. 맥주 거품이 너무 많으면 맥주 탄산이 다 날아가서 맛이 떨어집니다. 거품 맛만 나고 맥주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반대로 맥주 거품이 부족한 경우도 문제입니다. 맥주 안에 탄산이 배출되지 않아 속을 불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맥주 거품의 부드러운 맛도 즐길 수 없습니다.
크림 생맥주의 비밀
1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크림 생맥주가 유행했습니다. 뽀얀 거품과 부드러움 자랑하는 맥주입니다. '봉구비어'같은 저가형 펍(흔히 스몰비어라고 부릅니다)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모든 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맛도 부드럽고 가격도 굉장히 저렴합니다. 여러 잔 마셔도 부담이 없습니다. 퇴근 후 스몰비어에서 크림 생맥주와 프렌치프라이를 곁들여 먹은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그렇지만 크림 생맥주는 부드러운 맛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 맥주입니다. 크림 생맥주의 기원은 옆나라 일본입니다. 일본은 맥주 '맥아' 비율에 따라 세금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맥아 양을 줄여야 합니다. 이 경우 당연히 맥주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질소 등을 넣어서 거품을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문화가 한국에 수입이 되었고 한국인들 취향에 맞아 유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크림 생맥주를 저렴하게 팔 수 있는 이유는 맥아가 많이 첨가되지 않아 원가가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음식에 정답은 없습니다. 크림 생맥주는 맥주 본연의 특징을 일부 포기했지만 그 대신 부드러운 맛과 경제성을 얻었습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즐기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