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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맥주 2편, 세계로 뻗는 영국식 흑맥주

by 워맥밸 2023. 8. 5.

 

 

대영 제국의 자랑 영국 흑맥주

영국 맥주는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에 다양한 맥주를 세계 각지로 수출했습니다. 수출은 해상으로 주로 이루어졌으며 맥주의 변질을 막기 위해 다양한 변조 및 가미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표적인 수출용 영국 흑맥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Russian Imperial Stout)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Russian Imperial Stout)'는 러시아 제국에서 만들어진 스타우트가 아닙니다. 18세기 영국이 러시아 제국에 수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타우트입니다. 본래 영국 스타우트는 검은 맥아의 맛을 즐기는 맥주였으며 홉의 쓴맛이 요구되는 스타일의 맥주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까지 가기 위해서는 긴 시간 항해를 해야 했기에 홉을 많이 넣어서 방부 효과를 극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항로 상 추운 북해와 발틱해를 지났기 때문에 맥주가 얼지 않도록 알코올 도수를 높여야 했습니다.

그 결과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가 탄생했습니다.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일반적인 스타우트처럼 검은 맥아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양조 시 다량의 홉을 넣어서 홉 특유의 강렬한 쓴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너무 쓰기만 해도 안되니 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맥아의 단맛도 크게 강화되었습니다. 또한 10%가 넘는 높은 알코올 도수를 가지고 있어 한 잔만 마셔도 속이 따뜻해지고 취기가 올라왔습니다. 그야말로 맥주의 여러 맛들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혁명과도 같은 맥주로, 여러 잔을 마시기에는 부담스러운 맥주이지만 한 잔 만으로 완벽한 경험을 주는 맥주입니다.

러시아 제국이 몰락하고 소련이 들어서면서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세력이 크게 축소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수제 맥주 시장에서 애호가들을 노리고 다양한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 맥주를 양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요 타겟은 맥주 애호가입니다. 맥주 애호가들은 평범한 페일 라거 스타일의 맥주를 거부하고 자극적이고 신선하고 강력한 맛의 맥주를 갈망했습니다.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이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충족시켰고 미국을 필두로 하는 수제 맥주 시장에서 완벽하게 부활하였습니다. 오늘날은 그냥 '임페리얼 스타우트'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제품 이름에 '라스푸틴' 등 러시아와 관련된 이름을 넣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노스코스트 양조장의 '올드 라스푸틴(Old Rasputin)'이 유명하며 그 외 여러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 맥주를 다양한 수제 맥주 펍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포린 엑스트라 스타우트(Foreign Extra Stout)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가 영국 기준으로 북동쪽에 있는 제정 러시아 수출용 맥주라면 이 맥주는 영국 기준으로 남서쪽인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지로 수출된 맥주입니다. 주로 열대 국가로 수출했기 때문에 '트로피컬 스타우트(Tropical Stout)'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운송에 따른 맥주 변질을 막아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홉과 맥아를 다량 투입하여 쓴맛과 알코올 도수를 강화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와 맛이 비슷하지만 조금 더 자극적이고 공격적입니다. 오늘날에는 자본주의의 발달로 영국에서 수출하지 않고 현지 공장에서 양조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일랜드의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Guinness Extra Stout)'와 스리랑카의 '라이언 스타우트(Lion Stout)'가 있습니다. 기네스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지만 라이언 스타우트는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맥주 전문가들에게 높은 평을 받은 맥주이니 스리랑카에 갈 일이 있다면 맛을 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발틱 포터(Baltic Porter)

'발틱 포터(Baltic Porter)'는 발트해 연안 중동부 유럽 국가(폴란드, 스웨덴, 라트비아, 독일 등)에 수출하던 포터 맥주입니다.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와 다르게 현지화되며 독특하게 변했습니다. 원래 포터는 '에일(Ale)'이지만 현지에서 '라거(Lager)'로 변모했습니다. 발틱 포터가 수출되던 중동부 유럽은 라거를 주로 양조하던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포터 맥주 특유의 어두운 갈색을 가지고 있으며 단맛도 적당히 느껴집니다. 가장 큰 차이점으로 발틱 포터는 라거 효모를 사용했기에 끝 맛이 전통 영국 포터보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깔끔합니다. 오늘날 현지에서는 찾아보기 거의 힘든 맥주이며 대신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처럼 미국을 위시한 수제 맥주 시장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