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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맥주 3편, 영국식 페일 에일

by 워맥밸 2023. 8. 5.

페일 에일(Pale Ale)의 정의

에일 계열의 가장 대표적인 맥주가 바로 '페일 에일(Pale Ale)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에일 맥주의 특징들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묵직하고 씁쓸하면서도 달콤하고 끈적한 질감이 특징입니다. 영국산 효모 특유의 과일 향도 납니다. 색상은 구리색에 가깝습니다. 페일 에일은 밝은 색 에일이란 뜻인데, 밝다는 말과 상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페일 에일이 출시된 18세기 당시 유행하던 '포터(Porter)'나 '브라운 에일(Brown Ale)'에 비하면 훨씬 밝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18세기 전까지는 맥아 건조 작업의 기술적인 한계로 맥아 및 맥주의 색이 어두웠습니다. 그러나 18세기에 들어서면서 페일 에일 정도의 밝기를 지닌 맥주를 양조할 수 있었습니다.

페일 에일은 통념과 다르게 영국 런던이 아닌 버턴 온 트렌트 지역이 원조입니다. 버터 온 트렌트의 양조가 들은 황산염이 다량 함유된 물로 맥주를 양조했습니다. 그 결과 홉의 존재감을 제대로 살릴 수 있었습니다. 기존 영국 맥주와 달리 홉의 씁쓸한 풍미를 잘 살려서 영국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홉 특유의 씁쓸한 맛으로 인하여 페일 에일은 '비터(Bitter)'라고도 불렸습니다.

오늘날 미국 스타일 페일 라거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미국 수제 맥주 시장에서 페일 에일을 양조하면서 영국식 페일 에일의 입지는 좁아졌습니다. 그러나 필스너의 원류가 체코 플젠인 것처럼, 페일 에일의 고향은 여전히 영국입니다. 수제 맥주 양조장에서 전통 영국식 페일 에일임을 강조할 때 페일 에일이 탄생한 영국 지역 이름인 '버턴'을 사용합니다.

페일 에일은 알코올 도수나 풍미에 따라 다양한 하위분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1단계: 세션(Session)/스탠다드(Standard)/오디너리(Ordinary) 비터

가장 평범한 페일 에일입니다. 모든 점에서 가장 평이하고 무난합니다. 알코올 도수도 3% ~ 4% 수준으로 매우 가볍게 마실 수 있습니다. 홉의 씁쓸한 맛과 영국산 에일 효모의 향이 고루 느껴지지만 전반적으로 가볍습니다. 우리나라 생맥주처럼 간단한 대화 나누면서 음료처럼 마시기에 좋은 맥주입니다. 오늘날 페일 라거에 익숙한 대중을 타겟으로 입문용 맥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강한 에일을 즐기는 맥주 애호가들에게는 다소 부족한 맥주입니다. 영국의 전통을 강조하는 펍에서는 아예 라거 대용으로 마시기도 합니다.

 

2단계: 스페셜(Special)/베스트(Best)/프리미엄(Premium) 비터

1단계 비터를 조금 더 강화한 맥주입니다. 영국식 페일 에일에서 가장 유명한 제품군입니다. 물론 맥주 이름에 '스페셜'이나 '베스트'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단순한 페일 에일 분류법입니다. 이름처럼 최상급 맥주라는 뜻도 아닙니다. 1단계에 있는 오디너리 비터처럼 일반적인 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대중적인 맥주입니다. 대표적으로 '풀러스 런던 프라이드(Fuller's London Pride)'가 있습니다. 런던 프라이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페일 에일 중 하나이며 영국 펍에서도 가장 쉽게 맛볼 수 있는 맥주입니다. 홉의 맛과 영국 효모의 향을 균형 있게 배합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맥주 전문점에 가면 쉽게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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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엑스트라 스페셜(Extra Speical) 비터

말 그대로 더욱 특별한 비터라는 뜻입니다. 영국식 페일 에일에서는 가장 강력한 맥주 분류입니다. 대중성을 추구했던 1단계 ~ 2단계 비터와 달리 전통 에일의 풍미를 전면에 내세워 영국식 페일 에일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맥주입니다. 줄여서

'ESB(Extra Speical Bitte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ESB의 핵심은 균형입니다. 맥아, 홉, 효모의 맛이 모두 개성 있게 드러나되,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맥아의 단 맛이 나지만 너무 과하지 않고 부담스럽게 걸쭉하지 않습니다. 홉의 씁쓸함 역시 IPA처럼 극단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효모의 과일 향도 바이젠처럼 강렬하지 않습니다. 맥아, 홉, 효모 모두 존재감을 과시하지만 어느 하나만 튄다기보다는 모두 어우러져 있습니다. 알코올 도수도 5~6% 수준으로 일반적인 페일 에일보다는 높지만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나 '복(Bock)'같은 다른 고 풍미/고 알코올 맥주에 비하여 균형 있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