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의 나라 스코틀랜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대세이자 젊은 층에서 인기 있는 술은 수제 맥주였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는 '위스키'가 인기입니다. 편의점 주류 냉장고만 봐도 맥주 종류가 줄고 위스키 토닉(통칭 하이볼)의 종류가 늘었습니다. 수입 주류 구색도 증가하여 편의점에서도 세계 각지의 다양한 위스키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위스키 하면 '스카치위스키'를 많이들 떠올리실 텐데 스카치위스키는 이름 그대로 스코틀랜드에서 만든 위스키란 뜻입니다. 즉 스코틀랜드 하면 위스키고, 위스키 하면 스코틀랜드입니다. 그렇지만 스코틀랜드에 위스키만 있는 것은 아니며 위스키 못지않게 맥주 문화도 발달한 곳입니다. 스코틀랜드 맥주 역사는 기원전 3,000년 고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과거 맥주가 주요 교역품이기도 했으며 오늘날에는 고대 맥주 부흥 운동이 진행 중인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 포스팅은 맥주를 소개하는 글이기 때문에 위스키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스코틀랜드의 맥주에 대해서 소개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위스키는 맥주를 먼저 다룬 후에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
스코틀랜드 맥주의 특징
스코틀랜드는 보리나 밀 등 맥주 양조에 주로 사용되는 곡물을 재배하기 좋은 자연환경과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홉이 자라기에는 좋은 환경이 아니었기에 영국 남부에서 높은 가격을 주고 수입해야만 했습니다. 이처럼 맥주 양조에 필요한 맥아는 충분하지만 홉이 부족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홉(Hop)'보다는 '맥아(Malt)'를 많이 사용하여 맥주를 양조했고 그 결과 홉의 과일향이나 씁쓸함은 크게 느껴지지 않고 맥아 성향이 강한 몰티한 맥주가 탄생했습니다.
이런 스코틀랜드 맥주를 '스코티시 에일' 또는 '스카치 에일'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인 영국식 에일보다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나서 마치 버터 사탕과도 같은 풍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맥아적인 성향이 강한 맥주답게 짙은 갈색이나 구리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몇몇 스카치 에일에서는 스코틀랜드 효모의 특성으로 인하여 피트 위스키처럼 스모키한 피트 향이 나기도 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오늘날 스코틀랜드 맥주는 미국식 크래프트 맥주의 영향을 받아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트 향을 지닌 아일레이 위스키를 담은 캐스크에 맥주를 숙성시켜 위스키의 다양한 풍미가 담긴 독특한 훈현향 맥주를 만들기도 합니다.
참고로 스코틀랜드 현지 펍에서 탭으로 마실 경우 '티슬(Thistle)'이라 불리는 전용잔에 따라줍니다. 이 잔은 스코틀랜드의 국화인 '엉겅퀴 꽃'을 형상화 한 잔이라고 합니다.
스트롱 스카치 에일(Strong Scotch Ale)
일반적인 스카치 에일에서 알코올 도수와 풍미를 강화한 맥주입니다. '스코티시 위 헤비(Scottish Wea Heavy)'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알코올 도수가 7도에서 10도에 이르는 고도수 맥주입니다. 또한 이름에 걸맞게 깊은 무게감을 가지고 있으며 맥아의 맛이 아주 묵직합니다. 스코틀랜드 맥주답게 홉의 맛은 강하게 느껴지지 않고 맛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정도입니다. 목넘김은 저온에서 장기간 숙성되어 부드럽고 매끈합니다. 여기에 더해 피트 위스키 특유의 스모키한 향과 맛도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말 그대로 궁극의 맥아 맛을 느낄 수 있는 맥주이며 한 잔만 마셔도 알딸딸하게 취하고 깊고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요리와도 같은 맥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맥주 스타일은 아니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더부스(The Booth)'라는 수제 맥주 양조장에서 '더부스 스카치피트 에일'이라는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편의점에서도 캔맥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맥주 전문점에 가면 왕왕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의 맥주입니다.
참고로 스트롱 스카치 에일 스타일을 표방하는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수제 맥주는 인위적으로 피트한 향이 나는 맥아를 첨가하여 스모키한 풍미를 더하기도 합니다. 다만 전통 스트롱 스카치 에일은 인공적으로 피트 맥아를 첨가하지는 않습니다.